[육아칼럼] 나의 일상은 그곳에 있다.
[육아칼럼] 나의 일상은 그곳에 있다.
  • 하진아빠
  • 승인 2020.04.0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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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 약국을 가더라도 공적마스크가 여분이 있는 것 같았다. 약국 앞에서 줄 서는 진풍경도 사라져간다. 그러다보니 약 한 달 정도로 길었던 나의 재택근무도 끝이 났고 이번 주 월요일,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일상으로 복귀하니 어때, 집이 좋았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일상으로 복귀? 나의 일상이라는 것이 아침에 출근하여 하루를 밖에서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가는 게 일상인가?

 

사전에서는 ‘일상’이라는 단어를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평일에 주로 일을 하니까 출퇴근이 나의 일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주말은? “주말을 뺀 일상이야”라고 하는 것도 뭔가 개운치 않았다. 그리고 마침 코로나19로 인한 나의 주 활동 공간은 집이, 일상은 집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게 되었으니까. 방에서 문을 닫고 일을 하다가도 잠깐잠깐 쉬면서 하진이와 시간을 보내고, 함께 밥을 먹고 놀다 잠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 이것이야 말로 ‘나의 일상’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었다. 이것을 영위하기 위해 업무적인 일상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고(물론 나의 직장 생활에는 경제적 이유 뿐만 아니라 다수의 자아실현 등의 복합적 이유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정의 일과 가장으로서의 경제활동에 경중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고 좀더 하진이와 하진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아쉬운 소리랄까. 아무튼 나는 재택근무를 끝내며 다시 일상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진이도 집에 있는 아빠에 익숙해졌는지 출근하는 아빠를 곱게 보내주지 못했다. 현관 앞 울타리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헤어지지 못하는 부자를 보며 하진엄마는 혀를 끌끌 찼다.

 

“애틋하다, 애틋해.”

 어쨌든 이번 한 주도 ‘아육소’를 통해 육아 이야기를 하며 보냈다. 다양한 사건 사고들도 많았고, 생각을 다시금 정리하게 만드는 주제도 있었다. 월요일에는 아이들 게임하는 것과 게임 중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네 엄마는 하루에 한 시간만 시킨다더라, 누구네는 주말에는 2시간은 시켜준다더라.. 혹시 우리 아이가 게임에만 빠져 살까봐 걱정이 많은 엄마 아빠들의 걱정에 각종 매스컴에서는 게임 중독과 폭력성, 강력 범죄 등을 끝없이 연관지으며 불을 지핀다. 해당 방송에서도 나는 이야기했지만 게임 중독을 방지하는 방법은 ‘게임을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닌 ‘아이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와 함께 아니 아이가 주도적으로 규칙을 정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밖에도 부모가 지켜야 할 것들과 태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육소 ‘우리 아이 게임중독, 걱정되세요’편 바로가기>>

 

화요일에는 ‘잔혹동요’에 대한 으스스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성인들이라면 잔혹동화는 많이 들어봤을 터. 신데렐라와 계모, 자매들에 얽힌 핏빛 이야기라든지, 백설공주와 왕자가 사실은 어땠다더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잔혹동요’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계기가 하진이가 즐겨 듣는 ‘뽀로로’의 피노키오 노래를 내가 듣게 된 것이었다. 귀여운 목소리로 피노키오에게 ‘내가 꼭두각시 인형 되지 않게 해줄래’라고 요청하는 아이의 하루가 어떨지 상상해보다 괜히 감성에 빠졌던 나는 동요지만 동요같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노래가 어떤 것이 있을지 찾아보게 됐다. 섬뜩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노래도 있었고, 슬픈 이야기를 담은 전래동요도 있었는데 알고 난 후에는 아이에게 못 불러줄 만한 것들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에피소드였다.

<<아육소 ‘이 노래가 이런 뜻? 잔혹동요..’편 바로가기>>

 

그밖에도 개학과 개학 연기, 온라인 개학 등에 대한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현실 등에 대해 다루기도 했고 온라인 개학의 취지와 어긋나는 학원들의 개원 방침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공통적인 이야기는 저마다 처한 상황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누구의 편을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계속 집에 두고 맞벌이를 나가야 하는 부모의 걱정도, 계속 집에 있으면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고된 하루도, 정작 개학했을 때 간신히 잦아든 전염병이 어떤 방식으로 다시 퍼져나갈 지 모를 두려움 등... 그리고 학원 뿐만 아닌 모든 자영업자들의 고충까지. 많은 이들이 무엇이 옳다며 외쳐대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힘내자고 옆에 있는 손을 잡아주는 것밖에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마저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육소 ‘개학 싫어, 연기도 싫어! 팩트체크’편 바로가기>>

<<아육소 ‘자영업자 다죽는다! 학원도 죽는다ㅠㅠ’편 바로가기>>

 

내 자식이 잘되길 바라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예전에도 ‘내 아이가 손흥민을 꿈꾸며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한다면?’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만 부상이라던지, 성공할 확률 등 모든 걱정을 차치하고서라도 꿈을 가지고 도전하길 바라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과 도전적으로 살길 바라는 마음, 성향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해야 할까? 이런 생각에서 기인한 ‘아이가 취업하지 않고 사업하겠다고 한다면?’이라는 주제를 놓고 대화할 기회를 만들었다. 나 역시 아직 어린 아이를 둔 어린 아빠로서 아이가 다양한 것을 꿈꾸며 살아가길 바라지만 사회의 녹록치 않음과 높지 않은 성공 확률 등을 따져보면 마냥 응원해 줄 수는 없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꼭 ‘취업’과 ‘사업’ 사이에서 고민할 일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눈을 돌려보니 답이 나오는 기분이었다. 역시 우리에게는 아이 너머를 보는 것이 아닌 아이 그 자체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 필요했다.

<<아육소 ‘사업하겠다는 아이와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아이?’편 바로가기>>

 

하진이는 꿈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도, 그 단어를 읽고 소리내 말할 줄도 모르는 14개월 아이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의 장차 꿈을 응원하기 위해, 걷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응원해주고 지원해 줄 수 있도록 현실적인 부분들을 갖춰나가야 한다. 그럴 수 있기 위해 집에 존재하지 않고 속된 말로 ‘돈 벌어 오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된 것이다. 하진이의 꿈이 무엇일지 기대된다. 하진이는 무엇을 잘할 지, 무엇을 하며 행복해 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벅차다. 온가족이 그 감동의 순간을 오롯이 즐기기 위해 지금의 나의 일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무엇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없다. 

나의 일상은 몇 년 뒤, 그곳에 있다.

[어린이뉴스 = 하진아빠, seesun@con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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