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뉴스 육아백서] 아이에게 필요한 작은 공간, '아지트' 혹은 '구석'
[어린이뉴스 육아백서] 아이에게 필요한 작은 공간, '아지트' 혹은 '구석'
  • 오세준
  • 승인 2019.05.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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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뉴스=오세준 기자] 비좁은 소파 뒤를 파고들고 구석과 틈새를 귀신같이 찾아내 자기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숨을 공간 찾는 데 정말 일가견이 있지 싶다. 그런데 숨을 데가 많으면 가족의 행복도 늘어난다는 사실. 이번 글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구석'의 비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우리 아이의 생애 첫 '아지트'

깔끔한 북유럽 스타일의 집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자라면서 집은 온통 알록달록한 장난감과 매트, 미끄럼틀로 뒤덮인다. 장난감이 어느 날은 소파 밑에서, 어느 날은 옷장 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결혼 초 꿈꾸던 미니멀 라이프는 어느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현실은 치워도 치워도 끝없는 장난감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런데 조금 복잡한 집이 아이에게는 최고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

건축가 김진애 박사는 자신의 책 '이 집은 누구인가'(샘터)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싶은 생각 이 드는 집'이 좋은 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질러져 있고 틈새와 구석이 있는 환경이 아이에게 놀이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주체적으로 노는 과정을 통해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별다른 장난감이 없더라도 집 자체가 커다란 놀이터인 셈이다. 의자에 이불을 덮어 아지트를 만들거나 인형을 들고 이불에 쏙 들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는 집 안 곳곳에 숨겨진 공간에서 특별한 유년의 기억을 쌓아 간다.

 

◇ '아지트' 혹은 '구석'이 아이에게 주는 효과

① 심리적 안정감

따뜻하고 아늑한 엄마 배 속을 떠나 넓고 차가운 세상에 나온 아이는 이 세상이 두렵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신의 영역이고 안전한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물리적으로 공간을 구분 지으려 한다. 자기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세상과의 경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특히, 만 3세 이후에는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엄마 품처럼 평온한 공간에서 안정감을 찾고자 한다. 구석은 이러한 엄마 품의 역할을 대신한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정서적인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② 숨바꼭질의 즐거움 

숨바꼭질은 놀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숨바꼭질하며 아이는 정서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이는 대상 영속성과 관계가 있다. '대상 영속성'이란 생후 9개월 이후의 아이가 눈앞에 있던 물건이 잠깐 안 보여도 사라지는 게 아니며 그대로 존재한다는 걸 인지하는 개념이다. 보통 생후 12개월 전후 아이의 85% 정도는 숨겨진 물건을 찾아낼 만큼 대상 영속성이 발달한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이들은 이에 대한 이해가 미숙해 보이지 않으면 아예 사라졌다고 믿는다. 엄마 아빠와 잠시라도 떨어지면 울음을 터뜨리는 것도 그 이유다. 이후 아이는 애착 관계를 형성한 대상과 분리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반복하며 애착 대상이 눈앞에서 사라지더라도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다.

숨바꼭질은 이러한 발달 과정의 한 부분이 놀이로 발현된 것이다. 까꿍놀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몸을 숨기고 상대가 찾아내는데, 구석은 이러한 숨바꼭질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몸을 숨기고 누군가 자신을 찾아내기까지의 짜릿함과 설렘, 혹은 구석에 숨은 가족이나 친구를 찾을 때의 즐거움이 이 시기 아이들에게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 정서 발달을 촉진한다.

 

③ 자기 영역에 대한 인식  

아이에게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만 2세 무렵,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고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생긴다. 가족과 생활 공간을 공유하지만 자아가 형성되면서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가 조금씩 늘어난다.

만 2세 이후가 되면 자유자재로 걷기 시작하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구석이나 틈새, 옷장 속, 책상 밑을 찾기 시작한다. 이불 속, 책상 밑 등 외부와 단절된 자기만의 영역에서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구축한다. 좋아하는 물건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시간을 보내는 등 자기 공간을 통해 아이는 자아 존중감을 키워나간다.

오세준
오세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유익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정직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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